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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인가, 영웅인가? 베놈의 탄생

by 옆으로보는세상 2025. 2. 23.

마블 영화라고 하면 대부분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슈퍼히어로들을 떠올리지만, 베놈은 조금 다릅니다. 원래 스파이더맨의 숙적으로 알려진 베놈이 단독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신선했고, 마블과 소니의 협업으로 탄생한 독립적인 세계관이 어떻게 구현될지 기대되었습니다.
또한, 베놈은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안티히어로라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기존 히어로 영화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며, 인간과 외계 생명체(심비오트)의 공생이라는 독특한 설정이 눈길을 끕니다. 특히, 톰 하디가 연기하는 에디 브록과 베놈의 관계는 액션뿐만 아니라 유머와 감성적인 요소까지 담고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과연 기대만큼 재미있었을까요? 지금부터 자세히 리뷰해보겠습니다.

영화의 핵심 설정: 심비오트와 에디 브록

베놈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심비오트(Symbiote)라는 외계 생명체입니다. 이들은 숙주와 결합해야만 생존할 수 있으며, 숙주의 신체적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라이프 파운데이션’이라는 거대 기업이 심비오트를 연구하고 있으며, 이들은 심비오트를 인간과 결합해 새로운 존재를 창조하려는 실험을 진행합니다. 그러나 이 실험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많으며, 결국 에디 브록이 실험체 중 하나였던 베놈과 우연히 결합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베놈은 단순한 기생 생명체가 아니라, 에디와 일종의 공생 관계를 형성하며 서로의 존재에 영향을 주는 특별한 관계로 발전합니다. 인간과 외계 생명체가 하나의 존재로서 살아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집니다.

 

주인공 에디 브록: 실패한 기자에서 안티히어로로

에디 브록(톰 하디)은 정의로운 성격을 지닌 탐사 기자입니다. 그는 부패한 기업과 권력을 파헤치는 기자로서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지만, 너무 직설적인 성격 때문에 직장을 잃고 연인 앤(미셸 윌리엄스)과도 이별하게 됩니다.
모든 것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진 에디는 우연히 라이프 파운데이션의 실험실에 침입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심비오트 베놈과 결합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자신에게 벌어진 일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혼란스러워하지만, 점점 베놈의 존재를 받아들이며 새로운 힘을 얻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에디는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성장의 서사를 보여줍니다. 단순한 영웅이 아니라,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인 캐릭터가 됩니다.

가장 독특한 '버디 무비'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요소 중 하나는 에디와 베놈의 관계입니다. 일반적으로 슈퍼히어로 영화에서는 한 명의 영웅이 악당과 대결하는 구조를 갖지만, 베놈에서는 주인공 자체가 두 개의 존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베놈은 처음에는 에디를 단순한 숙주로 여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에디에게 애정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반대로 에디도 베놈을 단순한 기생 생명체가 아니라, 자신과 공생하는 존재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특히, 두 캐릭터가 티격태격하는 장면들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에디와 베놈은 서로 싸우기도 하고, 장난스럽게 말다툼을 하기도 하면서 점점 서로에게 적응해 나갑니다. 베놈이 에디에게 "너는 루저야"라고 말하는 장면이나, 배고플 때마다 닭을 찾아 헤매는 모습 등은 예상치 못한 유머를 선사합니다. 이러한 케미스트리는 기존의 슈퍼히어로 영화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만들어냅니다.

 

캐릭터 간의 관계 변화

베놈과 에디의 관계는 영화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대립하는 모습이 그려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두 캐릭터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협력하는 관계로 발전합니다. 특히, 베놈은 에디의 몸을 빌려 살기 때문에, 에디와의 관계에서 끊임없이 갈등을 빚으면서도 결국에는 서로를 인정하게 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러한 관계 변화는 영화 내내 중요한 감정선으로 작용하며, 관객에게도 큰 감동을 줍니다. 두 캐릭터의 갈등과 화해는 영화의 흐름을 더욱 긴장감 있게 만들며, 영화의 전반적인 메시지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강렬한 전투씬과 부족한 마무리

베놈은 심비오트의 특성을 살려, 기존의 슈퍼히어로 영화와는 다른 스타일의 액션을 선보입니다. 베놈은 총이나 무기 없이도 강력한 신체 능력과 촉수를 이용한 전투 기술로 적들을 상대합니다.
특히, 에디가 처음으로 베놈의 힘을 각성하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도망치던 에디가 순식간에 베놈으로 변신하면서 적들을 처리하는 장면은 빠른 연출과 다이내믹한 카메라 워크가 어우러져 긴장감을 높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최종 결전 부분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습니다. 베놈과 라이엇(또 다른 심비오트) 간의 대결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면서, 관객들이 전투의 박진감을 충분히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좀 더 치밀한 연출이 있었다면 더욱 인상적인 결말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아쉬운 점 부족한 악당과 평범한 전개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악당 캐릭터가 다소 약하다는 점입니다. 라이프 파운데이션의 CEO 칼튼 드레이크(리즈 아메드)는 탐욕스럽고 비윤리적인 인물로 묘사되지만, 캐릭터의 깊이가 부족합니다. 그의 동기나 목표가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으며, 단순한 ‘나쁜 기업가’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또한, 영화의 전체적인 전개가 예측 가능하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에디가 베놈과 결합하고, 힘을 얻고, 최종적으로 적과 싸운다는 전형적인 슈퍼히어로 영화의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조금 더 신선한 스토리 전개가 있었다면 더 높은 완성도를 기대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베놈은 영웅인가, 악당인가?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질문 중 하나는 "베놈은 과연 영웅인가, 아니면 악당인가?"입니다.
베놈은 기본적으로 인간을 잡아먹는 본능을 가진 생명체이며, 처음에는 에디를 이용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에디와 함께하면서 점점 인간적인 감정을 배우게 되고, 최종적으로는 지구를 지키기로 결심합니다.
완벽한 정의의 편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안티히어로라는 점에서 베놈은 기존 슈퍼히어로들과 차별화됩니다.

 

 

베놈은 기존의 마블 히어로 영화들과는 다른 색깔을 가진 작품입니다. 특히, 베놈과 에디 브록의 관계는 영화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로 작용하며, 유머와 감성적인 요소까지 담겨 있어 예상보다 더 재미있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다만, 서사의 완성도와 악당 캐릭터의 깊이가 부족하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베놈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충분히 살렸고, 속편이 기대될 만큼 흥미로운 영화였습니다.